책 소개
모두에게 같은 규칙을 적용하면 평등한가? 출발선이 다른 사람들에게 같은 기회를 주는 일은 공정한가? 불리한 조건을 보완하기 위한 차등 대우는 특혜일까, 평등을 현실로 만드는 조건일까?
‘디오니소스 논술 프로젝트’ 3권 『평등: 바칼로레아 철학 논술』은 2024년 프랑스 바칼로레아 철학시험에 출제된 “평등은 정의를 보장하는가?”라는 한 문제를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간다. 1권 『자유』가 인간을 선택과 책임의 주체로 세우고, 2권 『정의』가 자유로운 사람들 사이의 충돌을 조정할 기준을 물었다면, 3권은 그렇게 세운 질서가 실제로 모든 사람을 동등한 주체로 대하는지 검증한다.
이 책은 평등의 종류를 목록처럼 외우게 하지 않는다. 스토아철학의 보편적 이성과 그리스도교의 영적 평등, 자연권과 계몽주의, 프랑스혁명의 정치적·법적 평등을 지나 여성·노예·노동자·식민지 주민의 투쟁으로 평등의 주체가 확장되어 온 역사를 따라간다. 법적 평등과 기회의 평등, 결과의 평등과 적극적 조치는 앞선 평등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에서 탄생한 새로운 대답으로 읽힌다.
루소는 자연스럽게 보이는 불평등 뒤에서 사회가 만든 울타리를 발견하고, 칸트는 능력과 쓸모를 넘어 모든 인간이 지닌 동등한 존엄을 말한다. 마르크스는 평등한 계약 뒤에 가려진 소유와 힘의 차이를 드러내며, 니체는 평등이 획일화와 원한의 도덕으로 변할 위험을 경고한다. 부르디외는 문화자본과 아비투스를 통해 개인의 능력과 취향처럼 보이는 것 안에 사회의 역사가 들어 있음을 보여준다.
철학자의 개념은 영화 『빌리 엘리어트』, 『굿 윌 헌팅』, 『기생충』과 밀레의 그림 《이삭 줍는 여인들》을 만나 구체적인 삶의 장면으로 바뀐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코로나19 재난지원금, BTS 병역특례를 둘러싼 논쟁에서는 기회와 분배, 의무의 평등이 현실에서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살펴본다. ‘디오니소스의 서재’에서는 E. B. 폴라드의 『어서 와, 이런 이야기는 처음이지?』를 통해 여성을 보호한다는 말이 여성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장치가 될 수 있는지도 묻는다.
이 책은 하나의 모범답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질문을 읽고, 개념의 역사를 따라가고, 철학자의 텍스트와 영화·그림·현실의 논쟁을 가로지르며 자신의 판단 기준을 세우게 한다. 평등은 모든 사람을 똑같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서로의 차이가 지배와 차별의 근거가 되지 않도록 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차이를 발견하고 펼칠 조건을 만드는 일이다. 『평등: 바칼로레아 철학 논술』은 무엇을 같게 하고 무엇을 다르게 대해야 하는지 끝까지 질문하며, 그 이유를 자신의 문장으로 설명하는 사고의 구조를 훈련한다.
차례
Reading Manual : 《디오니소스 논술》의 진화
프롤로그 : 우리는 왜 같아야 하는가
‘질문의 문’ 앞에서 : 바칼로레아는 왜 ‘평등’을 묻는가
1강 Bac: 바칼로레아 문제 읽기
— ‘평등’은 ‘정의’를 보장하는가
2강 Concept: 개념의 렌즈
— 평등을 판단하는 기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3강 TEXT LAB: 평등을 둘러싼 다섯 개의 시선
— 다섯 철학자는 평등의 경계를 달리 그린다
4강 Cinéma: 프레임 실험실
— 영화는 평등을 ‘문턱의 장면’으로 바꾼다
5강 Galerie: 감각과 상징의 공간
— 작품은 평등을 열린 질문으로 남겨 둔다
6강 Monde
— 평등은 누구에게 공정한가
에필로그 : 우리는 같지 않기 때문에 평등해야 한다
디오니소스의 서재 : 『어서 와, 이런 이야기는 처음이지?』로 생각하는 ‘평등’
디오니소스 계명 : ‘평등의 우상’을 깨고 바칼로레아를 박살내는 여섯 번의 망치질
바칼로레아 철학 기출문제 출처
출판사 서평
무엇을 같게 하고 무엇을 다르게 대해야 하는가
『평등: 바칼로레아 철학 논술』은 평등을 모두에게 같은 것을 주는 원칙으로 가르치지 않는다. 무엇을 같게 하고 무엇을 다르게 대해야 하는지, 같은 규칙이 언제 특권을 막고 언제 기존의 불리함을 고착하는지 집요하게 묻는 책이다. ‘디오니소스 논술 프로젝트’ 1권이 자유로운 선택과 그 책임을 탐구하고, 2권이 서로 다른 자유가 충돌할 때 필요한 정의의 기준을 물었다면, 3권은 그렇게 세운 질서가 실제로 모든 사람을 동등한 주체로 대하는지 검증한다. 자유와 정의를 통과한 질문이 평등에 이르면서 시리즈의 첫 번째 사유 구조가 완성된다.
「Reading Manual」은 3권에서 ‘디오니소스 논술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보여준다. 1·2권에서 확립한 철학·사회·예술의 입체적인 탐구에 개념의 탄생과 변화를 보여주는 역사적 흐름이 본격적으로 더해졌다. 개념의 탄생, 해결한 문제, 남겨진 한계, 개념의 확장, 오늘의 철학적 질문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법적 평등과 기회의 평등, 결과의 평등과 적극적 조치가 서로 떨어진 개념의 목록이 아니라 앞선 평등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에서 탄생한 새로운 대답임을 보여준다.
프롤로그 「우리는 왜 같아야 하는가」에서는 자유와 정의, 평등이 각각 떨어진 주제가 아니라 앞선 권의 질문이 다음 권에서 다시 나타나고 수정되는 연결된 사유임을 밝힌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것을 주면 평등한지, 서로 다른 조건에 놓인 사람에게 같은 규칙을 적용하는 것도 평등한지, 사람을 똑같이 대하는 것과 동등하게 존중하는 것은 같은 일인지 묻는다. 평등은 차이를 없애는 공식이 아니라 어떤 차이를 인정하고 어떤 차이를 거부할 것인지 판단하는 일로 제시된다.
「바칼로레아는 왜 ‘평등’을 묻는가」는 자유·평등·박애를 국가의 표어로 삼은 프랑스가 왜 졸업시험에서 다시 평등을 질문하는지 살펴본다. 프랑스혁명은 신분의 특권을 폐지하고 인간과 시민의 법적 평등을 선언했지만, 여성과 노예, 식민지 주민은 오랫동안 그 선언의 바깥에 남아 있었다. 평등은 이미 완성된 제도가 아니라 국가가 내세운 약속이 현실에서 누구를 포함하고 누구를 빠뜨리는지 계속 확인하게 하는 비판의 기준이다.
1강 「Bac: 바칼로레아 문제 읽기」에서는 커트 보니것의 단편소설 「해리슨 버거론」으로 평등의 문을 연다. 모든 사람을 완전히 같게 만들기 위해 뛰어난 능력과 아름다움, 사고력까지 억압하는 미래 사회는 평등과 동일성이 같은 말이 아님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어 2024년 프랑스 바칼로레아 철학시험에 실제로 출제된 “평등은 정의를 보장하는가?”라는 문제를 만난다. 이 책은 이 한 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놓지 않는다. 평등이 정의에 필요하다는 말과 평등이 정의를 반드시 보장한다는 말을 구별하고, 질문의 핵심 동사인 ‘보장한다’가 요구하는 논증의 무게를 읽어낸다.
2강 「Concept: 개념의 렌즈」에서는 평등을 판단하는 기준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확장되었는지를 탐구한다. 스토아철학의 보편적 이성과 그리스도교의 영적 평등, 자연권과 계몽주의, 프랑스혁명의 정치적·법적 평등을 지나 여성·노예·노동자·식민지 주민의 투쟁으로 평등의 주체가 확대되는 흐름을 따라간다. 같은 규칙, 법적 평등, 기회의 평등, 결과의 평등, 실질적 평등, 적극적 조치를 차례로 살펴보며 서로 다른 대우가 언제 부당한 특혜가 되고 언제 평등한 조건을 만드는 정당한 조치가 되는지를 묻는다.
3강 「TEXT LAB: 평등을 둘러싼 다섯 개의 시선」은 루소, 칸트, 마르크스, 니체, 부르디외의 철학을 통해 평등의 경계를 탐구한다. 루소는 자연스럽게 보이는 불평등 뒤에서 사회가 만든 울타리를 발견하고, 칸트는 능력과 쓸모를 넘어 모든 인간이 지닌 동등한 존엄을 말한다. 마르크스는 평등한 계약 뒤에 가려진 소유와 힘의 차이를 드러내며, 니체는 평등이 획일화와 원한의 도덕으로 변할 위험을 경고한다. 부르디외는 문화자본과 아비투스를 통해 개인의 능력과 취향처럼 보이는 것 안에 사회의 역사가 들어 있음을 보여준다. 어느 한 철학자를 정답으로 제시하지 않고, 서로의 사각지대를 밝히는 다섯 개의 렌즈로 활용한다.
4강 「Cinéma: 프레임 실험실」에서는 영화가 평등을 추상적인 개념에서 한 사람이 문 앞에 선 장면으로 바꾸어놓는다. 『빌리 엘리어트』는 광산촌 소년이 성별과 계급의 경계를 넘어 자신의 몸으로 꿈꿀 수 있는지를 묻는다. 『굿 윌 헌팅』은 청소부의 작업복 안에 감춰진 지성이 누구에게 발견되고 어떤 자격으로 인정받는지를 살펴본다. 『기생충』은 능력과 노력만으로 넘기 어려운 계급의 경계를 계단과 냄새, 저택과 반지하의 공간으로 보여준다. 세 영화는 개인의 재능과 노력을 인정하면서도 그 재능이 발견되고 발전할 무대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분배되는지를 함께 생각하게 한다.
5강 「Galerie: 감각과 상징의 공간」은 장프랑수아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한 작품을 오래 바라본다. 들판 뒤편에는 곡식이 높이 쌓여 있지만 화면 앞의 세 여성은 허리를 굽힌 채 땅에 떨어진 이삭을 한 알씩 줍는다. 같은 들판의 풍요와 가난, 소유하는 사람과 노동하는 사람, 높은 곳에서 전체를 바라보는 몸과 발밑만 살피는 몸의 차이를 읽는다. 루소와 칸트, 마르크스, 니체, 부르디외의 시선을 다시 그림 위에 겹치면서 철학자의 개념이 한 작품을 어떻게 다르게 보게 하는지 보여준다.
6강 「Monde: 평등은 누구에게 공정한가」는 책의 질문을 한국 사회의 현실로 가져온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논란에서는 현장에서 일해 온 노동자의 고용을 안정시키는 일과 공개채용을 준비한 청년의 기회가 충돌한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논쟁에서는 모든 국민에게 같은 몫을 주는 보편 지원과 피해가 큰 사람에게 재원을 집중하는 선별 지원이 맞선다. BTS 병역특례 논쟁에서는 누구에게나 같은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원칙과 특별한 공적을 예외로 인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 부딪친다. 세 사건은 한쪽만 평등을 원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평등을 요구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에필로그 「우리는 같지 않기 때문에 평등해야 한다」는 책의 질문을 다시 자유와 정의의 문제로 연결한다. 자유가 평등을 잃으면 힘 있는 사람의 특권이 되기 쉽고, 평등이 자유를 잃으면 사람을 같은 모습으로 만드는 억압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같은 능력과 같은 성격, 같은 욕망을 지닌 사람들이어서 평등한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더라도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보다 덜 인간적이지 않기 때문에 평등하다. 같아야 하는 것은 삶의 모습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기본적인 권리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디오니소스의 서재」에서는 책읽는귀족이 ‘디오니소스 프로젝트’의 여섯 번째 책으로 번역·출간한 E. B. 폴라드의 『어서 와, 이런 이야기는 처음이지?』를 평등의 질문으로 다시 읽는다. 신화와 종교, 법과 관습 속 동양 여성의 삶을 기록한 이 책을 통해 여성을 보호한다는 말이 생존을 위한 권리를 보장할 때와 여성의 선택과 이동을 제한하는 장치가 될 때를 구별한다. 여성을 동등한 시민으로 대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오래된 기록을 오늘의 기준으로 어떻게 비판적으로 읽어야 하는지, 보호와 자유가 충돌할 때 어떤 평등의 기준이 필요한지를 새로운 바칼로레아식 논제로 발전시킨다.
「디오니소스 계명」은 책 전체의 사유를 여섯 번의 망치질로 압축한다. 출발선과 사다리, 평균의 자와 몫을 나누는 손, 거울과 완성된 평등의 기념비를 차례로 두드리며 ‘누구에게나 똑같이’, ‘노력한 만큼’, ‘법대로’, ‘평균이 올랐다’는 익숙한 말 속에 어떤 전제와 권력이 숨어 있는지를 시험한다. 평등을 이미 완성된 선한 가치로 떠받들지 않고, 그 이름 아래 새로운 배제와 억압이 만들어지는 순간까지 의심하게 한다.
『평등: 바칼로레아 철학 논술』의 가장 큰 특징은 하나의 실제 기출문제를 철학 개념과 역사, 문학, 영화, 미술, 고전, 현실 사회의 논쟁으로 끝까지 확장한다는 데 있다. 이 책은 평등이 정의롭다고 선언하는 모범답안을 제공하지 않는다. 같은 대우와 다른 대우 가운데 어느 하나를 먼저 선택하는 대신, 왜 같게 대해야 하고 왜 다르게 대해야 하는지를 모두에게 설명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게 한다.
질문을 읽고, 개념의 기원을 찾고, 첫 판단을 흔드는 반례를 만나고, 서로 다른 철학자의 시선을 통과해 자신의 기준을 문장으로 완성하는 것. 이것이 이 책이 지향하는 철학 논술이다. 평등을 정답으로 외우게 하지 않고 평등이라는 좋은 말조차 정의의 기준 앞에서 다시 검토하게 한다. 무엇을 같게 하고 무엇을 다르게 대해야 하는지 끝까지 질문하는 동안, 독자는 처음 만나는 논제에서도 스스로 생각을 시작하고 반론을 견디는 문장을 세울 수 있는 논술의 근육을 기르게 된다.
책 속으로
1권에서 자유를 생각할 때 우리는 자신의 삶을 선택할 권리를 배웠다. 2권의 정의는 서로 다른 자유가 충돌할 때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기준을 요구했다. 이제 평등은 그 기준을 세우는 자리에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들어와 있는지 묻는다. 자유와 정의와 평등은 서로 떨어진 원칙이 아니었다. 자유가 평등을 잃으면 힘 있는 사람의 특권이 되기 쉽고, 평등이 자유를 잃으면 사람을 같은 모습으로 만드는 억압이 될 수 있다. 정의는 두 가치가 서로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그 사이에서 이유를 세운다.
프롤로그에서 우리는 왜 같아야 하는지를 물었다. 이제 그 질문에 조금은 다르게 답할 수 있다. 우리는 같은 능력과 같은 성격, 같은 욕망을 지닌 사람들이어서 평등한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더라도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보다 덜 인간적이지 않기 때문에 평등하다. 같아야 하는 것은 삶의 모습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이며,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사회의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다.
우리는 같지 않다. 그래서 평등해야 한다.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 어떤 사람에게 더 적은 권리와 더 좁은 미래를 배정하는 이유가 되지 않도록, 각자가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리를 함께 넓혀 가야 한다.
-「에필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