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미래와 AI
요즘 화두는 단연코 AI다. 모든 영역에서 AI는 인간의 생활에 들어와 있다. 나는 출판업 종사자로서 출판, 더 좁게는 ‘책’과 AI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특히 AI로 앞으로책의 미래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TV를 보다 보면, 내가 보는 뉴스와 토론 프로그램의 거의 80퍼센트 이상에서 AI가 작성한 문장을 마주한다. 엄밀히 말하면 문장인데, 그걸 사람이 발화하니까, 음성으로 들린다. AI가 작성한 문장은 바로 티가 난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그 이유는 내가 AI의 문장 패턴 몇 가지를 확실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첫 번째로 많이 나타나는 패턴 하나를 지금 이 자리에서 이야기한다면 누구나 AI가 작성한 문장을 바로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구체적인 표현은 여기서 말하지 않겠다. 앞으로는 그런 정보도 모두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짜로’ 굳이 밝히고 싶지는 않다.
어쨌든 뉴스에 나오는 기자가 전하는 보도 내용이나 아나운서가 말하는 문장들, 그리고 토론자들이 말하는 내용도 AI가 작성한 문장이 많다. 즉석에서 말하지 않고 다들 준비해서 오나 보다. 외워서 오는가 보다. 그러니 AI가 작성한 문장 그대로를 말해서 그 패턴이 드러난다. 그런데 아직은 대부분의 사람이 AI 특유의 문장 패턴을 모르는가 보다. 왜냐하면 그걸 알고 있다면 그 부분을 지우고 내보내기 때문이다. 아마 상당히 많은 문장이 어쩌면 그 패턴을 인식한 전문가들이 그 흔적을 지우고 내보내는 문장도 많을 거다. AI가 잘 쓰는 패턴의 흔적을 지우면 나 역시 그 문장 전체를 잘 분석하지 않으면 AI가 쓴 내용인지 구별할 수 없다. 하지만 많은 기자들이나 아나운서들, 토론자들이 그 흔적을 인지하지 못하고 지우지 않는다. 대부분 그 뉴스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역시 AI 문장 패턴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AI가 쓴 기사 내용인지, 뉴스 내용인지, 토론 내용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나는 요즘 나오는 기사나 뉴스, 토론자의 말에서 솔직히 소름이 끼치는 걸 느낀다. 이러다가 정말 사람이 직접 쓴 소위 ‘자연산 문장’은 멀지 않은 미래에 소멸되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리고 일단 AI가 쓴 문장 패턴이 나오면 인터넷 기사나 TV 뉴스조차 흥미가 떨어지는 건 왜일까. 왜냐하면 그런 기사 내용은 내가 챗지피티에게 물으면 그대로 나올 기사인데, 굳이 시간을 들여서 뉴스를 들을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흥미가 사라진다.
물론 사실 전달이나 정보 전달의 글에서 AI가 작성한 글이 더 정확하고 유용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TV를 보거나 인터넷으로 글을 읽을 때, 개인 블로그나 공식적 언론 매체의 기사를 볼 때 AI 문장 패턴을 보면 흥미가 팍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앞으로 인간은 어쩌면 AI가 작성한 글을 보고, AI가 작성한 뉴스를 들을 것이다. 최종 결정자가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그 내용은 모두 AI의 문장이다.
그렇다면 책의 미래는 어떠할까. 책 역시 요즘 AI가 작성한 글들이 많다고 한다. 나도 몇 종은 AI의 도움을 받아서 근래에 전자책을 출간한 적이 있다. 물론 AI의 어떤 버전으로 도움 받았는지 그것도 같이 책에 기록했다. 역시 새로운 분야가 나타나면 어김없이 해보는 ‘출판 실험’의 한 종류였다. 그런데 이 실험으로 내가 알게 된 사실은 AI의 문장력 한계였다. 정보 전달이나 사실관계를 설명하는 글에서는 AI가 뛰어난 역량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그런 글에서는 문장의 다양성이 요구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학적 영역에서 AI는 소위 말해서 ‘젬병’이다. 왜냐하면 AI의 문장은 ‘무색무취’이기 때문이다. 문법적으로는 정확할지 모르지만, 그 문장에서는 인간의 향기가 없다. 물론 사람도 이런 삭막한 문장을 쓰는 사람도 많다. 그런 사람들이 쓰는 글을 읽는 것보다는 차라리 AI가 쓴 문장을 읽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AI는 그래도 문법적으로 더 정확하고, 내용도 논리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학적인 영역에서 AI가 앞으로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난 아직 너무 멀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가들이 AI의 존재에 대해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다. AI가 정말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지만, 그건 데이터 용량의 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그 데이터 분량이 많아진다는 것이지, 문장이 인간 친화적으로 진화한다는 뜻은 아니다. 예전보다는 인간이 쓴 문장처럼 많이 자연스러워졌다지만, 그래도 AI는 너무 치명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문학적 문장의 생성에 있어서는 그렇다.
AI는 패턴에 의해 문장도 만든다. 그래서 그 패턴을 벗어나는 글은 쓸 수가 없다. 다양한 패턴의 문장으로 점점 진화할지라도 인간 냄새가 나는 새로운 문장은 절대로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출판진흥원의 근래 세미나에서 대만의 출판 거물이 말한 게 생각난다. 아주 문학적이고 상징적으로 AI와 출판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때 한 가지 말이 내게 딱 꽂혔다. 나도 똑같이 깨달았던 거였기 때문이다. AI는 이전의 데이터로만 말한다. 뒤만 보지, 앞을 보지 못한다. 기존의 문장에서 말하지, 앞으로의 문장을 생성할 수 없다. 그건 인간의 몫이고 능력이다. AI는 데이터에 입력된 내용 이외에는 생성해낼 수 없다. 조합을 한다고 해도, 인간이 할 수 있는 전혀 새로운 문장을 만들 수 없다. 생각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없는 게 AI다. 입력된 데이터대로만, 입력된 코드의 패턴을 넘어서서 아직은 무언가를 생성할 수 없다.
책의 미래는 앞으로 인간의 ‘자연산 문장’이 보물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점점 더 AI가 만든 문장으로 가득 채워진 이 세상에서 인간이 오롯이 100% 생각하고 만든 문장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앞으로 인간이 순수하게 생각하고 쓴 문장은 아주 귀한 자산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AI 산업에 있어서 텍스트 영역에서는 그 원본 데이터의 확보가 시급하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자신이 쓴 글이 있다면 그걸 함부로 삭제하지 말기를바란다. 그 순수한 문장은 앞으로 보물단지가 될 날이 올 것이다. 물론 모든 인간이 쓴 문장이 다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AI가 쓴 것만큼 무색무취에, 아무 개성도 없고, 맛도 안 느껴지는 문장을 쓰는 인간의 텍스트 생산물이라면 귀한 자료가 못 된다. 그냥 AI가 생산한 문장이 더 가치가 있다. 하지만 인간의 냄새, 인간의 감상, 인간의 맛, 인간의 정서가 오롯이 담긴 문장은 언젠가,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모두 값비싼 데이터가 되어 거래될 날이 올 것이다. 혹은 미리 그걸 활용하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다.
이제 AI가 우리 삶에 들어오는 것은 막을 수도 없고, 막을 필요도 없다. AI는 인간의 삶을 확실히 편하게 해줄 것이다. 하지만 책의 미래에서는 인간의 향기가 담긴 문장만이 더 가치를 얻을 것이다. 마치 요즘 오디오북을 AI 기술로 가공된 인공 목소리의 작품보다 순수한 인간의 목소리로 녹음된 오디오북이 그 가치가 더 높게 매겨지듯이 말이다. 이제 제작비 단가 문제로 인간의 순수한 목소리로 제작하는 오디오북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순수한 언어, 그것도 아주 명품 목소리로 녹음된 전문 성우들의 오디오북의 가치가 더 올라갈 것이다. 원래 상품의 세계에서 그 숫자가 적고 귀한 것은 가치가 높다.
책의 미래도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이 직접 생산한 100% 순수 무결한 인간의 문장이 더 귀한 자산으로 남는다. 그리고 어쩌면 AI 회사들이 그런 문장을 구하러 다닐 날이 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글을 AI에게 맡기는 일은 가능하면 피하는 게 좋다.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라서 AI에게 글 작성을 의지하다 보면 결국 스스로 글을 작성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좋은 글을 생산할 수 없게 된다. AI가 우리 삶의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는 많은 편의를 주겠지만,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는 인간은 인간다움을 지켜야 한다. 자기 영역을 지키지 않는다면 결국 그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그래서 글을 쓰는 사람들은 순수하게 자신의 생각과 문장으로 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AI는 마치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꽃고무신과 같다. 인도 설화인지, 어느 나라 이야긴지 기억이 안 나지만, ‘원숭이와 꽃고무신’이라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맨발로 자유롭게 다니던 어느 원숭이 마을에 한 오소리가 나타난다. 오소리는 원숭이들에게 무료로 꽃고무신을 선물한다. 원숭이들은 신이 나서 그 꽃고무신을 신고 돌아다닌다. 그런데 나중에 꽃고무신만 신고 다니다가 원숭이의 발바닥은 너무 연약하게 되었다. 굳은 살이 없는 고운 살로 바뀐 것이다. 그래서 꽃고무신이 없이 걸음을 내딛자, “아얏!” 하는 비명이 절로 튀어나왔다. 원숭이들은 꽃고무신을 오소리에게 달라고 했지만, 더 이상 공짜로 주진 않았다. 오소리는 그날부터 대가를 받고 꽃고무신을 주었다. 원숭이들은 결국 꽃고무신을 받기 위해 오소리의 하인처럼 살아야 했다. 오소리가 시키는 일은 모두 다 해야 했다. 오소리를 업고 징검다리를 건너기도 해야 하고, 오소리를 위해서 모든 허드렛일을 해야 했고, 시키는 일은 모두 해야 했다.
간편하다고 AI를 활용하여 글 쓰는 작업을 온전히 계속 맡기다간 결국 자신의 글을 작성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자신의 영역이 사라지는 셈이다. 인간이 책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선 스스로 글쓰기 영역을 유지해야 한다. 인간의 생각과 감성이 고스란히 담긴 문장이야말로 가치가 있다. 왜냐하면 앞으로의 시대에는 아주 ‘귀하신 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데이터들은 비싼 가격에 거래될 수 있다. 인간의 향기가 나고 살아있는 문장이라서 그 가치는 점점 올라갈 것이다. 그런 살아 있는 문장을 쓰려면 계속 단련해야 하고 스스로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 AI에 기대어 가는 인생은 책의 미래에서는 궁극적으로 글 쓰는 인간 존재의 소멸로 이어질 것이다. 앞으로 멀지 않은 미래에서는 순수한 문장이 아주 귀해진다. 명심해라. 그때는 그런 문장이 바로 자산이 되는 시대가 곧 온다.
END NOTE
인간의 향기가 담긴 문장만이 결국 살아남는다.
2026 · 01 ·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