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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노트

(Étoile Bleue Créations · 푸른별창작소)

EDITORIAL NOTE
2025.11.14

볼로냐에서 칸까지,
생활권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볼로냐 도서전에 참가 신청하라는 메일을 받았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출판진흥원에서 어김없이 보내오는 안내지만, 올해는 그 메일이 조금 다르게 와닿았다.

이제는 ‘한국에서 출발하는 먼 국제 행사’가 아니라, 곧 내가 살아갈 파리라는 새 생활권에서 펼쳐질 일상적인 장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살 때, 볼로냐 도서전은 비행시간 12시간 넘게 들고, 수백만 원의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큰 행사다.

대한항공 독점 구조가 만들어 놓은 비싼 항공권, 국제선 프리미엄이 붙어버린 모든 비용들.

한국에서 해외에 나가는 것은 늘 “마음 단단히 먹고 떠나야 하는 사건”에 가깝다.

그런데 파리에 살게 되면 모든 지도가 완전히 바뀐다.

볼로냐는 더 이상 ‘해외 출국’이 아니라 유럽 내부 이동, 말 그대로 생활권 내 여행이 된다.

파리에서 볼로냐까지 비행기로 한 시간 남짓.

왕복 항공권도 한국 돈으로 20만~30만 원대.

대한항공 타고 제주도 한 번 갔다 오는 비용과 비슷한 수준이다.

유럽에 살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이탈리아는 제주도가 되고, 스페인은 대구처럼 느껴지고, 독일은 부산을 다녀오는 감각이 된다.

국가라는 경계가 사실상 흐려지고, 이동은 하나의 거대한 생활권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다.

파리에 살면 내가 갈 수 있는 무대가 얼마나 넓어질까?

볼로냐 도서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런던북페어, 파리 북페어.

모두가 항공 1~2시간, 기차 3~5시간 거리.

심지어 칸 영화제도 기차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된다.

한국에서라면 큰 결심이 필요한 일정들이 파리에서는 주말 일정으로 바뀌어버린다.

출판사 대표로서, 또 창작자로서 이 변화는 내 삶의 움직임을 완전히 다른 결로 이끈다.

기회의 크기 자체가 변하는 일이다.

문화, 예술, 출판, 영화.

이 모든 유럽의 중심 무대들이 이제는 수십만 원, 몇 시간의 이동만으로 닿는 거리에 놓인다.

‘어디에 사느냐’는 결국 인생의 방향을 바꾼다.

삶 전체의 지형을 바꾸는 선택이다.

그래서 볼로냐 도서전 메일이 오늘따라 다르게 느껴졌다.

한국에서 보던 그 ‘먼 행사’가 아니라, 곧 내가 일상 속에서 오갈 수 있는 새로운 세계의 문턱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 변화가 얼마나 큰 건지 오늘 이 순간, 새삼 실감하고 있다.

생활권이 바뀌면, 인생의 무대가 달라진다.

역사는 그렇게 시작이 되나 보다.

오늘은 역사적 순간이다.

오래전에 싹을 틔운 비전이 어느 순간 구체적 형태를 찾아 올라오는 그 순간이 역사다.

오늘, 내 인생 2막의 사업 비전을 완전히 구조화했다.

설계도가 나왔고, 즉시 실행 가능한 버전이다.

“착수가 곧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