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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기반 창작, 출판 프로젝트

(Étoile Bleue Créations / 푸른별창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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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장면, 파리

‘프랑스 파리’라는 또 다른 텍스트

혹자는 외국 유학을 하기 위해서는 큰 비용이 부담되지 않냐는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아무나 접근할 수 없는 게 외국 유학이 아니냐고 말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 미국 편향적인 제도와 문화적 풍토 속에서 살아와서 유럽 쪽에는 문외한에 가까운 것도 사실이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유럽의 대학 등록금은 우리가 막연히 상상하는 것과는 다르다. 코로나19 이후, 모든 것이 리셋되듯 뒤집힌 시점에서 나는 다시 유학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물론 한국 사회의 기준으로 보면 늦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에서 쌓아온 출판과 생업의 구조 덕분에, 졸업 이후의 진로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나는 이미 디지털 기반의 출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어디에 있든 인터넷만 연결되면 책을 만들고,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다. 그래서 파리는 새로운 취업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도시라기보다, 이미 만들어 둔 삶의 시스템을 다른 공간으로 옮겨 실험해 보는 장소에 가깝다.

현재 프랑스의 대학은 유럽 외 국가 출신 유학생에게는 차등화된 등록금을 부과한다. 몇 년 전처럼 거의 무료에 가까운 수준은 아니지만, 여전히 미국이나 한국의 대학 등록금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편이다. 체감 비용으로 보면, 한 달에 학원비 정도의 수준이다.

프랑스의 복지 제도 또한 유학생에게 일정 부분 열려 있다. 거주 지원금이 지급되고, 문화 생활에 대한 접근성은 압도적이다. 영화, 연극, 전시, 공연 같은 것들이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의 선택지로 존재한다.

문제는 취업이다. 유럽 대학 졸업장이 현실적인 취업 시장에서 미국만큼의 효용을 갖지 못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미국을 선택한다. 하지만 나에게 이 문제는 결정적인 장애로 작용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이미 생업의 기반을 마련해 둔 상태이기 때문이다. 나는 파리를 취업을 증명해야 하는 도시가 아니라, 공부와 사유를 확장하는 공간으로 바라보고 있다.

파리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문화재처럼 작동한다. 이곳에서는 영화를 ‘보러 가는 것’과 영화가 만들어진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 생활 자체가 곧 텍스트가 된다.

나는 그 텍스트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읽어보고 싶었다. 책과 영화로만 접하던 세계를 현실의 리듬 속에서 직접 체감하고 싶었다.

프랑스에서 영화학 석사 과정을 밟는다는 것은 영화를 전공한다는 말로는 다 담기지 않는다. 그 과정은 자연스럽게 프랑스의 영화 제작 시스템 안으로 편입되는 경로이기도 하다.

프랑스는 영화와 문화 전반에 국가 차원의 지원 구조를 갖고 있다. 그 제도는 국적보다 언어와 작업의 위치를 기준으로 작동한다. 불어로 시나리오를 쓰고, 그 언어로 사고하며 작업하는 창작자라면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처음부터 배제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내가 세운 계획은 비교적 분명하다. 파리에 도착해 1년 동안 현지 어학원에 다니며 프랑스어를 생활과 학업의 언어로 끌어올리고, 그 이후 파리 시테대학교(Université Paris Cité)에서 영화학 석사 과정에 진학한다. 비평과 이론, 역사와 철학을 함께 다루는 방식이 지금 내가 원하는 인문학적 영화 공부와 가장 잘 맞는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서, 어떤 언어로, 어떤 제도 안에서 영화를 생각하고 쓰는가 하는 문제다. 나는 그 질문을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현실의 시간표 안에 올려두었다.